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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정픽은 누구? 내 스타는 내가 키운다
COLUMN | 있었던 일, 일어날 일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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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을 통한 새로운 팬덤 문화
글 - 장혜린(SSMD 써포터즈 The B 14기)
<p><img alt="1" src="/feah/temp/2017/201706/eebbe027-ef2b-46a7-a564-8323c5d2750b" /></p> <p> </p> <p>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즌2’(이하 ‘프로듀스101’)가 마지막 회를 방송한 지 2주 정도가 지나고 있으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지난 26일 CJ E&M과 닐슨코리아 발표한 6월 3주(6월12일~6월18일) 콘텐츠영향력지수(CPI)에 따르면 ‘프로듀스101’는 총 295.8점을 기록하면서 11주 연속 1위에 올랐을 정도이다.</p> <p> </p> <p>새로운 패러다임의 아이돌을 탄생시킨 ‘프로듀스101’은 101명의 연습생 혹은 이미 데뷔를 경험한 아이돌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포맷이다. 초창기의 적지 않은 우려 속에서도 지난해 ‘아이오아이(I.O.I)’라는 걸그룹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킨 ‘프로듀스 101’는 올해 더 큰 파급력과 화제성으로 아이돌 시장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지난 16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마지막 회를 통해 시즌2를 마무리하며 탄생한 보이그룹 ‘워너원(11명, 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 하성운)’의 팬덤은 유명 보이그룹에 견주어도 손색 없을 정도다. 이미 관련 영상 조회수가 3억뷰를 넘어섰고 방송과 광고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p> <p> </p> <p><img alt="1" src="/feah/temp/2017/201706/cf5837df-a1dc-4fe0-9878-46a986cfec49" /></p> <p> </p> <p>‘프로듀스101’이 낳은 신조어도 학생은 물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퍼지며 다양한 상황에서 회자되고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프로듀스101’이 방영되는 금요일은 ‘프요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프로듀스 애청자임을 밝히고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에게 한 표를 행사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영업하는 행위를 일컫는 ‘프밍아웃’, 소설 <해리포터>에서 마법세계의 존재를 모르는 일반인을 지칭하는 ‘머글’은 ‘프로듀스101’을 보지 않는 일반인을 지칭한다. ‘국민프로듀서 엄마’를 줄인 ‘국프앰’, 국민프로듀서가 마음에 드는 연습생에게 투표하는 ‘~픽(Pick)’은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다. 자신이 고정적으로 지지해 매주 투표하는 연습생을 ‘고정픽’ 혹은 '1픽'이라고 표현하는데, 1픽은 1지망을, 2픽은 2지망을 지칭한다. '견제픽'은 자신의 고정픽을 1위로 만들기 위해 한 사람당 2명에게 투표할 수 있는 남은 한 표를 낮은 순위의 연습생에게 투표해 사표를 만드는 것, ‘피디픽’은 PD가 고른 연습생을 의미한다. 이처럼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사람들은 쉽사리 알아들을 수 없는 다양한 신조어들은 ‘프로듀스101’을 보는 애청자들 간의 결속력과 영향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p> <p> </p> <p>온라인에선 여성 팬들끼리 10대를 ‘급식픽’, 20대를 ‘줌마픽’, 30대 이상을 ‘할미픽’이라 서로 부르며 그들만의 팬덤 문화를 조성했다. ‘팬덤 문화’는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팬(fan)’과 영토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이다. 대중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팬덤 문화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매체의 발달에 따라 그 규모를 점점 키우고 있다. 매체와 미디어의 발달은 규모뿐만 아니라 팬덤 활동의 양상을 변화시키기도 했다.</p> <p> </p> <p><img alt="3" src="/feah/temp/2017/201706/4139b770-c755-4fba-a03b-5b4fccca54eb" /></p> <p> </p> <p>한국의 팬덤 문화의 변화양상을 짧게 보자면, 1980년대 조용필의 오빠 부대로 시작하여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로 팬클럽 결성 등 본격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1세대 아이돌이 대거 데뷔 하였고, god의 경우도 ‘하늘색 풍선’을 들고 다니는 팬덤 등 각종 콘서트와 다양한 풍선 색으로 팬덤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서 2000년대 중후반의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빅뱅 등 2세대 아이돌 시장은 점차 산업으로써의 형태를 갖춰나갔다. ‘동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수동적 의미의 ‘오빠부대’의 팬덤 문화가 형성된 시절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 데뷔한 엑소와 방탄소년단, 빅스 같은 3세대 아이돌부터는 기획사와 팬 간의 판매자, 소비자 경계가 사라졌다. 팬들은 더 이상 ‘슈퍼 갑’이었던 소속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소극적으로 욕망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제작 및 커스터마이징하는 소비자의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가지고 싶으면 만들면 된다’는 소비 문화로 팬이 직접 제작하는 다양한 형태의 굿즈 공구(공동구매)가 하나의 예이다.</p> <p> </p> <p><img alt="2" src="/feah/temp/2017/201706/d535de8f-fef7-47e1-9440-4719218dac3d" /></p> <p><img alt="23" src="/feah/temp/2017/201706/257158e9-0d34-4663-b321-5da1f93d582b" /></p> <p> </p> <p>그리고 이번 ‘프로듀스 101’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팬덤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멤버를 팬들이 직접 뽑아 아이돌그룹을 탄생시키는 ‘프로듀스101’은 기존 아이돌 팬덤과 다르다. 새롭게 나타난 팬덤은 “제 용돈을000에게 바칠 생각.”이나 “000은 우리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지만, 우린 000의 인생을 책임진다.” 는 댓글이 나올 정도로 자신의 ‘어빠’(어린 오빠)가 좀 더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과 버스 광고판, 편의점 전광판에 광고를 내거나 대학교에서 이른바 ‘조공 이벤트’를 벌이며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홍보한다. 구매력이 있는 직장인 팬들이 모이면서 홍대 등 유명 지하철역 광고의 대부분은 ‘프로듀스101’의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연습생들의 사진과 응원문구로 채워졌다. ‘꽃길만 걷게 해준다’며 음원시장은 물론이고 CD, 굿즈시장에서 돈 쓸 준비가 돼있다. 심지어 본인이 지지하는 연습생에 대한 기사를 좋게 써주는 기자에게는 높는 '조회수길'을 걷게 해준다.</p> <p><br /> 이들이 연습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과 같은 ‘동경’이 아니다. 일종의 ‘모성애’와 같이 실력이 부족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연습생이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들을 옆에서 돕고 싶어한다. 팬들은 마치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 본인의 아이돌이 완성을 완성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여성 팬들이 자신의 아이돌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나, 데뷔하기도 전인 연습생들에게 형성된 팬덤은 새롭다.</p> <p> </p> <p>하지만 이러한 팬덤의 어두운 이면을 보자면, ‘프로듀스101’는 온갖 사건사고로 가득하였다.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의 사생활을 가지고 사활을 건 여론전을 펼치고, 자신이 원하는 연습생을 상위권에 올리기 위해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지나치게 아이돌의 사생활을 간섭하고 파헤치는 모습이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성 정보를 유포하는 등의 견제도 어마어마하다. 자신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아이돌을 데뷔시키기 위해 다른 아이돌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팬덤의 성향은 집단을 유지시킬 아주 강력한 원동력이 됨과 동시에, 그만큼 팬덤의 부정적인 면이 과거보다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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