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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아티스트 인터뷰 |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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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이크 Vol.3 <힙합스테이> 가리온의 MC메타
글 - 유지성(GQ KOREA 피처 에디터) / 사진, 디자인 - 이승연
<p><img alt="1" src="/feah/temp/2017/201706/7a0f84db-f8fb-4fb0-a3c4-6ac79ea1c203" /></p> <p> </p> <p><strong>이곳 압구정동에 MC 메타를 만나러 오면서, KBS의 1998년작 다큐멘터리 < 제3지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가 생각났어요.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힙합 공연을 하는 장면이 나오죠. 행인들은 놀라운 듯 공연을 쳐다보고. </strong><br /> 진짜 옛날이죠. 예나 지금이나 압구정동이 제 서식지는 아니지만, 이 동네는 항상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묘한 위치였어요. 다큐 찍을 당시쯤엔 힙합퍼란 용어를 썼는데, 힙합퍼를 보려면 압구정에 가면 된다는 분위기도 있었고요. 사실 진짜 래퍼들은 신촌이랑 홍대에서 랩하고 놀았는데. 하하. 그래서 마스터플랜 없어진 뒤에 여기 공연 클럽도 생겼어요. 5개월 만에 망했지만. <br /> <br /> <strong>여전히 주로 홍대에 있나요? </strong><br /> 결혼하고 나서 인천에 신혼집을 마련했어요. 그래도 거의 매일 홍대에 나오죠. <br /> <br /> <strong>그로부터 15년이 넘었어요. 가리온, 특히 MC 메타 하면 이제 힙합 애호가들은 ‘선생님’ 같은 말을 떠올리는 듯해요. 이를테면 KRS-One처럼. </strong><br /> KRS-One이 전도사 이미지가 있잖아요. 힙합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려고 하는. 그렇게 봐주시면 영광이죠. 며칠 전에 양지에서 힙합 페스티벌이 새로 생겨서 공연을 다녀왔어요. 그런데 여전히 래퍼들만의 페스티벌이더라고요. 이제 힙합이 대중에겐 꽤 친숙해졌지만, 정작 힙합이 갖고 있던 온전한 형태들은 뿔뿔이 분해된 것 같아요. 비 보이는 비 보이대로, 디제이는 디제이대로, 태거들은 태거들대로. 서로 접점이 없어요. 작년에 메타와 렉스로 음반을 내고 오랜만에 비 보이 행사에서 공연을 했어요. 그런데 비 보이들이 래퍼들 공연에서 뻘줌해 하더라고요. 서로가 멀어진 느낌이었어요. 제대로 된 페스티벌이 생겨서 힙합 본연의 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우리가 힙합을 자주 얘기하고, 그만큼 대중화됐지만 여전히 힙합은 멀리 있는 것 같아요. <br /> <br /> <strong>왜곡되었기 때문일까요, 혹은 아직 본질에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일까요?</strong><br /> 예전엔 왜곡이라고 생각했어요. 매체를 통해 왜곡된 정의가 많이 퍼졌으니까. 지금은 글쎄요.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갈수록 힙합 시장이 커지잖아요. 힙합의 다양한 가능성 중에 시장에 잘 맞는 부분만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한 기자분이 < Show Me The Money 3 >를 어떻게 보고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이번 시즌엔 배틀이란 코드를 택한 것 같아요. ‘컨트롤 대란’을 비롯한 여러 사건이 대중에 노출되면서 “이쪽 문화는 서로 싸우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게 쿨한 건가봐”란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겠죠. 얼마 전 웹진 리드머에 글이 하나 올라왔는데, “디스는 문화가 아니다, 디스는 디스일 뿐”라는 맥락이었거든요. 그런데 < Show Me The Money 3>만 보면 디스가 힙합의 문화적 특성인 것처럼 보일 것 같았어요. 전혀 없는 얘긴 아니겠지만, 걱정되는 구석이 있죠. <br /> <br /> <strong>그렇다면 디스는 힙합에서 어떤 부분인가요? </strong><br /> 힙합을 하는 사람은 디스를 해야 한다, 는 아닌 거죠. 힙합은 셀프 익스프레션이잖아요. 자기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기의 가식이나 허울을 깰 때 이 문화의 매력이 나오는 거고요. 예를 들면 누가 “나는 병신이야”라고 얘기할 때, 그런 진솔한 부분이 힙합이라고 느껴요. 아니면 “내가 얼마나 멋진 놈인지, 너희가 아무리 뭐라 해도 자존심 하나로 지탱한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요. 그렇게 자기를 표현하는 게 힙합 본연의 태도이자 모습이라고 보거든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 대상이 동료든 선배든 자기 태도는 그대로인 거예요. 그리고 칭찬도 그만큼 해요. 디스리스펙트를 하는 만큼 리스펙트도. 한쪽 부분만 부각되는 게 우려스러운 거예요. 마치 래퍼라면 누구나 디스를 해야 되고, 해도 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자꾸 까고 봐요. 신인 래퍼가 힙합을 표방하고 나올 때마다 일단 누구를 씹으면서 등장해요. 기존 래퍼를 씹고 그 발판으로 유명세를 만들어보자는 거죠. 그런 게 멋있어보이진 않아요. </p> <p> </p> <p><img alt="2" src="/feah/temp/2017/201706/401be887-bdc8-46da-bbb9-95c9669f9c84" /></p> <p> </p> <p><strong>가리온은 본격적인 디스를 당한 적은 없죠?</strong><br />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동료 뮤지션이 비프를 걸진 않았지만, 싫어하는 분들도 많아요. 디스를 할 땐 MC의 태도나 언행일치가 안 되는 부분을 꼬투리 잡아서 들어가는데, 사실상 우리는 그럴 게 없어요. 왜냐하면 제 기본 태도에 선후배란 개념 자체가 없거든요. 형이라고 보자마자 말 놓거나 그런 걸 원래 되게 싫어해요. 전 중학생한테도 존칭 써요. 물론 호형호제하게 되면 말을 편하게 하지만, 너무 철저하게 존댓말 하다보면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차가운 사람은 아닌데. <br /> <br /> <strong>한국 음악 시장에서 힙합은 유독 청소년의 음악으로 소비되고 있어요. 대학 가면 졸업하는 음악처럼. 그게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바뀌질 않고 있고, 그만큼 왜곡되기가 쉽겠죠. </strong><br /> 어제도 모임이 있었어요. 거기서 션이슬로우가 그랬어요. 우리나라 힙합은 여전히 에이징이 안 되고 있다고. 같이 익어가야 되는데, 대학만 들어가면 힙합 끊는다고 하잖아요. 담배처럼. 지금은 그나마 연령대가 약간 올랐어요. 그래도 10대 중심이죠. 억압된 부분을 표출할 수 있는 음악이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록이나 다른 장르는 악기든 노래든 기량을 갈고 닦는 시간이 길게 필요하잖아요. 반면 힙합은 접근이 용이하고요. <br /> <br /> <strong>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장르겠죠.</strong><br /> 쓸 줄만 알면 돼요. 저도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데, 중학생만 돼도 기본적 스킬은 다 익혀요. 웬만한 곡들 따라해 보고, 잘나가는 래퍼들 플로우 몇 번 뱉어보면서. 그런데 익질 않는 거죠. <strong>모양새는</strong> 번듯한데 속은 좀…. 그러니까 내뱉을 말이 없는 거예요. <br /> <br /> <strong>시작하는 래퍼에게 필요한 자질을 꼽는다면요?</strong><br /> 자기 음악에 자기 태도가 녹아드는 게 중요해요. 요즘엔 스킬은 빨리 얻지만 그 안에 자기 삶을 투영시키질 못해요. 만날 스웩SWAG 얘기하거나 디스하고. 아니면 발라드 랩이나 자기 계발서 랩. “난 성공할 거야. 밑바닥부터.” 물론 그런 랩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고, 자기 얘기들이 분명히 있을 거거든요. 최근에 한 고등학생을 트레이닝 시켰는데, 가능성이 보였어요. 믹스테이프 준비하면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주제가 언제나 제한적이었어요. 트랩 비트에 스웩을 한다거나, 누구를 씹는다거나. 그래서 자기 것을 해보라고 했더니 아픈 얘기가 있더라고요.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 그런데 그 친구가 되레 그런 얘길 꺼내도 되냐고 반문했어요. 힙합은 그런 걸 위해 있는 건데. 자기 경험을 표현한 것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게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건데 말이에요. 결국 그 학생은 자기 얘기를 쓰기 시작했고, 엄청 다양한 가사가 나왔어요. 남의 인생이나 남의 스웩 말고 자기 삶을 써낼 수 있어야 돼요. <br /> <br /> <strong>하지만 국내외를 불문하고 요즘 랩 신에선 이른바 ‘기믹’이 권장되는 분위기도 있는 듯해요. 기믹이면 어때, 잘하면 돼 같은. 예전 같으면 큰일 날 일이었겠죠. </strong><br /> 그렇죠. 예전에 어글리 더클링의 한 래퍼가 인터뷰에서 “지금 힙합 신은 WWE 같다. 악역이건 선역이건 다들 캐릭터 싸움을 한다. 정말 역겹다”라고 말한 걸 봤어요. 그런데 최근 누군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다른 래퍼의 인터뷰에서도 똑같은 얘기가 나와요. 힙합은 WWE라고. 그런데 기믹이 없으면 죽는다고, 스킬이 상향평준화된 상태에서 어떤 캐릭터가 없으면 안 된다고요. 제이 지의 다큐멘터리 < Fade To Black >에서도 구루가 멤피스 블릭의 갱스터식 가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제이 지가 말해요. 우리는 아레나에 있다고. 이게 대중들이 원하는 거고, 미국 사람들이 원하는 거라고. 우리나라도 그런 영향을 받는 거죠. <br /> <br /> <strong>그런데 “자신의 것을 해야 된다”는 주장과 “기믹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상충되는 논리일 수도 있어요. </strong><br /> 기믹으로 판타지를 얘기하는 것도 뮤지션으로서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런 걸 배제하고 아무리 밋밋한 삶이라도 그대로 표현하는 래퍼들도 있을 테고요. 힙합은 한곳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움직이고 영역이 계속 넓어지죠. 전 예전 같으면 기믹에 반대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는 수용해요. 어차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나 자기와 상반된 캐릭터를 만들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테니. 반면 영화든 소설이든 가상의 현실을 통해 진짜 현실을 더 편하게 풀어놔버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 가리온의 음악이라면 아무래도 우리 것을 찾으려는 쪽에 가까울 거예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대신 개인적인 입장은 좀 유연해졌죠. 더 콰이엇이 기믹의 대표적인 케이스일 거예요. 소울컴퍼니 시절엔 진솔하게 자기 나이대의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지금 일리네어에선 완전히 캐릭터가 됐잖아요. 더할 나위 없는 스웩을 보여주고 있죠. 클럽 가서 놀고, 다양한 여자를 만나는 얘길 하지만 사실 더 콰이엇은 되게 한 여자 오래 사귀고 지고지순한 사람이에요. 클럽도 안 가요. 하하. 되게 착해요. <br /> <br /> <strong>도끼와 더 콰이엇은 배우 같아 보이기도 해요. </strong><br /> 둘 다 오타쿠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두 친구들이랑 같이 작업하면서 보니까 그런 캐릭터에 대한, 캐릭터를 위한 부분을 만드는 데 굉장히 진지하게 집중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습을 꺼내는 과정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어요.</p> <p> </p> <p><strong>일리네어의 ‘연결고리’ 후렴을 맡아 논란이 됐었죠. “MC 메타가 이런 종류의 비트에 이런 형태의 랩을?” 같은 반응이었어요. </strong><br /> 뒷이야기를 하자면, 더 콰이엇한테 연락이 왔어요. 이런 곡을 준비하는데 들어봐 달라고. 들어보니 재미있어서 후렴을 써서 녹음하는 날 갔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이미 준비된 게 있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관용적으로 하던 말들을 가사로 써놨어요.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의 무한반복. 낯선 플로우라서 쉽진 않았지만 녹음하고 들어보니까 재미있었어요. 멤버들도 되게 좋아했죠.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거다, 라고. 예상대로 개 쓰레기란 반응부터 괜찮다는 반응까지 다양했어요. 그러다가 라이브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생겼는데, 이 친구들은 AR을 틀어놓고 공연해요. 그것도 이슈가 되는 부분이지만 뮤지션의 선택이기 때문에 잘못됐다 말하긴 애매하고, 어쨌든 하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 거의 크로스핏을 하는 느낌. 계속 “너와! 나의! 연결! 고리!” 하면서 온 힘을 주니까요. 게다가 공연장에서 점프하고…. 강약중강약이 아니라 완전히 강강강강이에요. <br /> <br /> <strong>가리온은 작년에 15주년을 맞았어요. 여전히 피가 끓나요? </strong><br /> 피가 끓는다기보다는 여전히 재미있어요. 랩을 하고 라이브 무대에 오르고 곡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앞으로도 더 재미있어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15주년 음반을 그렇게 냈으면 안 되겠죠. 하하. 그런데 저희가 대중적 코드에 대한 고민을 해봤자 답을 못 찾아요. 해본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br /> <br /> <strong>1집이든 2집이든 곡을 쌓아놓은 뒤에 음반을 발매하는 형식에 가까웠어요. 1집엔 이미 무대에서 공연하던 노래가 많았고, 2집도 발매 한참 전에 거의 완성되어 있었죠. 지금은 3집을 위한 곡을 모으고 녹음하는 단계인가요?</strong><br /> 그림을 그려놓은 건 있는데, 계획이나 방향은 조금씩 바뀌어요. 계속 신 안에서 활동하면서 보고 있으니까요. 우린 90년대부터 했으니까 하던 것만 해야지, 그런 건 아니에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아직 트랙 작업이 들어가서 완성된 건 없고요. 아직 100퍼센트 확정된 건 아니지만, 3집 나오기 전에 음반 한두 개가 나올 것 같아요. 저희 뜻대로 된다면 무료공개가 되는 음반도 있을 거고. 그리고 올해가 가리온 1집 10주년이에요. 거기에 대한 기념비적인 뭔가를 준비해볼까 해요. 밴드편곡으로 1집 수록곡들을 < EBS Space 공감 >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 세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걸 할 수 있을 것 같아요.</p> <p> </p> <p><img alt="3" src="/feah/temp/2017/201706/6f686eaa-72b2-495d-9c36-e7232d7552ce" /></p> <p> </p> <p><strong>그렇다면 1집 당시 멤버였던 프로듀서 제이유와도 뭔가 다시 할 가능성이 있나요? 제이유의 탈퇴나 그와의 관계에 대해선 거의 얘기한 적이 없어요. </strong><br /> 재유(제이유의 본명)랑 2004년에 1집 내고 헤어진 건 결국 인간적 문제였어요. 음악적으론 오히려 저희의 애매한 부분, 잘 모르고 좌충우돌 부딪히는 부분을 다 정리해준 사람이 재유였거든요.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구현하는 게 힙합의 관점에서 올바르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하지만 인간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팀이나 파트너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이후엔 한 번도 접점이 없었고요. 가끔 지인 통해서 소식 듣는 정도에요.</p> <p> </p> <p><strong>이런 얘긴 처음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짤막하게 “음악적 견해 차이로 헤어졌다”고 말한 걸 빼면. </strong><br /> 하하. 일반적인, 약간은 변명거리처럼 그렇게 말했던 거죠. 음악적 견해 차이가 생길 수가 없어요. 재유 같은 프로듀서가 어디 있다고. 인간적으로 서로 간에 쌓이는 부분이 있었고, 앞으로 계속 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하자, 우리는 우리대로 2인조로 돌아가겠다, 너도 원래 하던 대로 음악을 하면 좋겠다”고 한 거예요. 이후에 재유가 부탁한 건 딱 하나였어요. 내가 만든 비트는 쓰지 말아 달라.</p> <p> </p> <p><strong>공연할 때도요?</strong><br /> 공연이건 뭐건 요. 다 회수를 한 거죠. 그래서 약속을 지켰어요. 1집 내고 활동을 아예 못한 이유이기도 해요. 모든 걸 다시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래서 당시 전 세브란스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나찰은 임용고시를 준비했죠.</p> <p> </p> <p><strong>그렇다면 10주년 기념으로 뭔가 내놓는다고 해도 제이유의 비트는 사용하지 않나요?</strong><br /> 그 때의 콘셉트를 갖고 2014년 식으로 재해석하는 거죠. 물론 곡의 느낌을 최대한 반영을 하려고 해요. 대신 원곡을 훼손하거나 그래서 재유가 찝찝하게 생각하면 안 되니까 조심스럽게. < EBS Space 공감 > 공연이 원곡의 밴드 편성에 가까웠다면, 그걸 음반으로 구현할 땐 더 새롭게 접근할 것 같아요.</p> <p> </p> <p><strong>지금까지 낸 곡 중엔 뭐가 제일 맘에 드나요?</strong><br /> 다 맘에 들죠. 그러면서 다 맘에 안 들고. 하나를 고르긴 어려운데, 15주년 기념 곡에 대한 의미는 좀 남달라요. 크게 회자되거나 많이 팔린 건 아니지만. ‘그래서 함께 하는 이유’는 90년대 블렉스 시절 처음으로 만든 저희 노래에요. 나찰이랑 저랑. 비트도 제가 찍었어요. 개인적으로 느끼는 힙합의 큰 매력 중 하나가 그런 거거든요. 힙합 때문에 블렉스란 곳에서 우리가 함께 했고, 팀을 결성하고, 재유를 만나고. 그런 게 저한테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줬거든요. ‘그래서 함께 하는 이유’란 말이 어찌 보면 ‘연결고리’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죠.</p> <p> </p> <p><strong>1집 수록곡을 다시 녹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가장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한편 상상마당도 7주년을 맞았어요. </strong><br /> 하하. 상상마당은 진짜 짱이죠. 처음 생길 때 기억나요. 홍대 쪽에서 기획하시던 분들이 거기서 일하게 되었다는 소문과 얘길 들었던. 생기고 나서 보니까 비 상업적이고, 인디 신에 도움이 되는 기획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움직임이 되게 좋았어요. 저희도 대관해서 공연을 연 적이 있고, 기획공연에 참여하기도 했고. 전체적인 움직임을 지지하는 입장이에요. 이번에도 < 러브레이크 힙합스테이 >란 이름의 행사를 진행하는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풍성하게 도모해보자고 얘기했어요.</p> <p> </p> <p><strong>< 러브레이크 힙합스테이 >엔 래퍼뿐만 아니라 비 보이, 태거들도 참여해요. 앞으로도 그런 부분에 집중하는 건가요?</strong><br /> 첫 번째는 지속적인 무대. 힙합은 유독 무대가 없어요. 예전에 마스터플랜엔 모던록 팀도 올라갔지만, 기본적으로 거긴 힙합 뮤지션의 공간이었어요. 그러다보니 평일에 오디션 보고, 합격하면 일요일 무대에 섰다가, 더 잘 하면 토요일 메인까지 서는 그런 구조가 있었어요. 클럽에서 래퍼가 성장하는 거죠. 지금은 그게 아예 없어요. 믹스테이프 내고 온라인으로만 활동을 해요. 그러다 대중적 인지도가 생기면 그제야 무대에 오르잖아요. 저희는 무대에서 태어났거든요. 그러다 열매가 맺히면 그게 음반이나 음원으로 나오는 거고. 지금은 순서가 거꾸로 예요. 그러니까 라이브 공연이 재미가 없어요. 자기 음악을 플레이하는 정도지 무대에서 실험을 하거나, 라이브만의 독특한 맛을 못 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힙합 신엔 지금 무대가 필요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페스티벌. 기존의 힙합 페스티벌도 록 페스티벌이나 재즈 페스티벌과 크게 다르지가 않아요. 순차적으로 국내 뮤지션 나오다가 해외 헤드라이너 한두 팀 나오고 끝. 식상하죠. 힙합과 연계된 모든 걸 다 끌어 모으는 페스티벌이 있었으면 해요. 그러면서 로컬을 중심에 놓을 수 있는. 그렇게 공평하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어요.</p> <p> </p> <p><strong>가리온이 클럽을 열면 어떨까요? </strong><br /> 나찰이랑 그런 얘기 많이 했어요. 마스터플랜이 지금 긱하우스로 바뀌었잖아요. 긱하우스를 인수하면 어떻겠냐고. 거기 아직도 바닥 체스판이고, 무대도 그대로에요. 사운드는 바뀌었지만. 뭉클할 것 같지 않아요?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예요.</p> <p> </p> <p><strong>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획 ‘모두의 마이크’에 참여하는 데서 그런 열의가 보여요. 마스터플랜에서도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이 올라와서 랩을 하는 프리스타일 타임이 있었잖아요. </strong><br /> 신예 래퍼들이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말 그대로 엠씨잉을 할 수 있는지를 ‘모두의 마이크’를 통해 배울 수 있었으면 해요. 마스터플랜이 하던 역할의 일부를 이어나가고 싶은 거죠.</p> <p> </p> <p><strong>한편 MC 메타의 랩은 마스터플랜에서 공연할 당시부터 완성된 것처럼 들렸어요. </strong><br /> 플로우란 게 비트 위에서 리듬을 만드는 방식일 텐데, 전 변화를 잘 못 주는 타입이었죠. 제 스타일을 쉽게 못 깨는. 예전이랑 지금이랑 플로우 차이가 없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어요. 제 이름에 매양 매每, 다를 타他 자란 의미를 넣은 것도 매번 다른 시도를 해야겠다는 자기암시에요. 래퍼들이 자기과시를 많이 하지만, 음악 자체를 이해하거나 수용할 때는 겸손이 최대의 무기라 생각해요. 새로운 걸 받아들여서 혁신하는 것. 계속 그렇게 해나갈 거예요. 어느 순간부턴 저도 틀을 많이 깼다고 봐요. 2집에서 1집의 문학적 측면을 벗어나 구어적 표현을 쓴 부분이라든가, 사투리 랩을 시도한 ‘무까끼하이’라든가. 요즘은 스스로를 많이 흔들고 있어요.</p> <p> </p> <p><img alt="4" src="/feah/temp/2017/201706/6c038b1a-4d3d-4ff8-8b63-75aa558fbead" /></p> <p> </p> <p><strong>한국적인 것에 대해서도 여전히 고민하나요?</strong><br /> 올해 초에 뉴욕에서 열린 < 아리랑 알리기 글로벌 프로젝트 >에 참여했어요. 좋은 계기였죠. 예전엔 농담이라도 꽹가리를 하이햇으로 쓴다고 그게 한국힙합이냐, 란 식으로 비아냥거렸거든요. 실제로 다른 장르에서 비슷한 결합을 시도했을 때 이죽거리기도 했고.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예전엔 그런 시도가 완전히 완성이 된 다음에 자연스러운 결합으로 나와야 한다고 여겼는데, 그보단 자꾸 부딪히면서 접점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실제 국악 하시는 분들이랑 작업을 해보니까, 서로 견제하는 영역이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유치하더라도 손부터 잡아보고, 서로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은 찾아서 들어가야 돼요. 1차원적인 협업이긴 했지만, 소리하는 분이랑 사물놀이랑 힙합비트를 결합해 상주아리랑을 만들었어요.</p> <p> </p> <p><strong>판소리와의 접점이 있는 ‘불한당가’와는 다른가요? </strong><br /> 그건 작법 자체는 힙합 샘플링에 근거를 두고 있잖아요. 남자 목소리의 피치를 올려서 여자 목소리처럼 들리게 해서 쓴 거죠. 상주아리랑은 가사를 포함해서 훨씬 적극적이에요. 불한당가가 국악의 소스를 힙합적으로 받아들인 거라면, 상주아리랑엔 저희가 들어간 거죠.</p> <p> </p> <p><strong>‘언더그라운드’란 말은 어때요? 노래 제목이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도 가리온에게는 좀 특별한 말일 거예요.</strong><br /> 그렇죠. 애증이 있어요. 원래 저희의 아이덴티티 같은 거였죠. 누군가 예전에 저희에 대해 물어보면 “언더그라운드 힙합 팀입니다”라고 얘기했어요. 지금은 그렇게 못해요. 솔직히 부끄러워서. 저희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지금의 언더그라운드가. 좀 심하게 얘기하면 없어졌다고 느껴요. 저희가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라고 얘기할 때, 그 의미가 음악적 색깔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거든요. 그보단 태도였죠. 음악에 대한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인 태도. 실험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의 최대치를 끄집어내려는 노력. 순수한 음악적 목적을 바탕으로요. 금전적 보상이나 인지도는 그 다음 얘기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언더그라운드가 메이저보다 더 메이저다운 공간이 된 것 같아요. 유통이든 마케팅이든 메이저보다 더해요. 할 수 있는 모든 기법을 다 쓰고, 또 이 신에 특화된 것들까지 더 쓰고. 안타깝죠. 자기 게임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p> <p> </p> <p><strong>4년 동안 음반을 내지 않았어요. 다시 이른바 ‘붐뱁’ 힙합이 돌아오고 있는 추세인데, 가리온이 뭔가 보여주기 가장 적기가 아닐까요?</strong><br /> 맞아요. 90년대 붐뱁의 매력이 그렇게 사라질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힙합이 아트 폼으로서 가장 완성된 형태가 아닐까…. 그런데 중요한 건, 원래 또는 오랫동안 붐뱁에 관심 없던 뮤지션들이 붐뱁이 다시 유행한다고 달려들면 빤히 보인다는 거요. 자연스러워야 해요. 저희가 2집 낸지 4년이 됐어요. 그 동안 아무것도 안했으면 그 음반이랑 같은 색의 음악이 나오겠지만, 계속 뭔가 해왔거든요. 트랩 비트에도 랩 해봤고, ‘연결고리’도 불러봤고. 하하. 저희 안에서도 새로 생긴 게 있어요. 그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가 원래 갖고 있는 부분들도 묻어나겠죠. 그래서 저도 3집이 기대돼요. 어떤 내용을 얘기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겠다는 자세는 분명하지만, 그게 실제로 비트 위에 올라갔을 때 어떻게 나올 지.</p> <p> </p> <p> </p> <p><img alt="5" src="/feah/temp/2017/201706/087d8c44-a271-4fd7-abfe-57d868ce1fb6"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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